귀여운 병아리들

2020. 12. 15. 23:4634 봄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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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들이 다니는 금성초등학교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운동회 구경을 오라 했는데 다른 약속이 있어 늦었다. 운동회가 벌써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중에 비닐 주머니에 병아리 한 쌍을 들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가 귀여워 엄마를 조른 것 같다. 나는 귀여운 노란 병아리를 유치원 로고로 정했다. 티없이 맑고 귀여운 아이들이 병아리 같아서였다.

 

 등을 다 가린 큰 가방을 메고 차에서 내려 우르르 현관 앞으로 달려와서 "사랑하는 00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등원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귀엽다. 교실로 몰려가 참새 떼처럼 조잘거리며 학습하는 모습도 다 귀엽다. 내가 유치원에 가면 주르르 몰려와서는 "사랑하는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때묻지 않은 밝은 목소리가 정말 사랑스럽다. 이렇게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유치원이 아니고는 어디 가서 만나랴.

 

 한 달에 한두 번은 야외 학습을 간다. 선생님을 졸졸졸 따라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어미 쫓는 병아리 떼다. 어미닭을 통해서 익히는 학습이나 다를 바가 없다. 놀이터며 강당에서 놀이 수업을 통해서 질서와 협동하는 법도 배운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블록 놀이도 하고 빨갛고 노란 색종이를 접어 배도 만들고 학도 접는다. 알록달록 색을 칠해 엄마 얼굴도 그리고 꽃이랑 소방차도 그린다. 어버이 날에는 그리거나 만들어 엄마 아빠 가슴에 달아주는 꽃이 어찌 생화에 비교되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져 꼭 안아 주는 엄마 모습에서 행복을 본다.

 

 실컷 뛰어 놀다 먹는 점심은 저리 꿀맛일까. 옆에서 보는 내 입에 군침이 돈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박태환 장미란 김연아 같은 선수들이 저 속에 다 있고, 연구실이나 일터에서 활동하는 산업 역군들도 다 저 속에 있다.

 

 선생님들도 젊고 예쁘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선생님들이라 더 예뻐보이고 심성도 맑고 곱다. 적어도 유치원에서는 모두 천사다. 그러기에 유치원은 천사들의 집이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라. 하루 배운 것을 등에 지고 돌아가는 모습이 다 마친 성자의 표정이다. 그 짧은 시간에 엄마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었을까?

 

 나는 선생님들께 당부하는 말이 있다. 칭찬과 스킨십을 아낌없이 해라. 아이들이 하는 일을 제압하려 하지 마라. 선생은 옆에서 도와주고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님 생각대로 끌고 가려하지 말라고 한다. 하나님은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기 다른 소질과 재능을 주셨다. 주신 소질과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좋은 재능이 발견되면 부모님과 정보를 교환해서 부모님 욕심대로가 아닌 아이들 중심의 교육을 하도록 하라고 이른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책 읽을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숫자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리기나 노래나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각각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라고 한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유치원 생활을 하는 동안 발견되면 그들이 활동할 무대가 세계라는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 부모님들과 상담할 때는 아이들의 약점만 꼬집지 말고 장점을 꼭 메모했다가 전해 주라.

 

 귀여운 병아리들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는 날을 나는 보지 못할지라도 동요에서처럼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믿기에 유치원은 우리 꿈나무의 터전이라 한다.

 

 

- 김준태, 보고 들으며 걸어온 길 p.13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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