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느티나무

2021. 1. 3. 16:2342 송산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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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안동 사신리 느티나무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섰다. 발길 닿은대로 중랑천을 따라 장평교까지 갔다.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들러 커피라떼를 마셨다. 커피향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내 옆자리에는 초로의 중년남성 두 분이 커피를 마시며 심각한 표정으로 경제문제에 대하여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서 듣자니 사사건건 옳은 말이다.

 

 요즈음 소상공인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정부는 지난해(2018) 말 최저 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주휴시간도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포함시키도록 명시했다. 최근 최저임금이 급속히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던지 아니면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이미 1만원을 넘었다. 2년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주휴수당도 오르자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알바'를 늘리는 편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입은 신통치 않은데 지출만 계속 늘어나면 결국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에 민생과 직결되지 않은 경제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경제현실을 감안하여 기존 임금을 그대로 존치하되 주휴수당을 폐지하여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연공서열을 직무급으로 바꾸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

 

 며칠 전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개업식 때 가보고 2년 만이다. 한창 붐빌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다. 개업할 때는 나름대로 꽤 많은 돈을 들여서 음식점을 차렸는데, 은근히 걱정이 든다. 딸아이가 회사에서 퇴직을 당한 후 사위벌이로는 딸네가 생활하기 어렵다고 해서 친정엄마가 비상금으로 갖고 있는 돈을 전부 투자해서 모녀가 식당을 열었다. 큰길가 주택가로 주종은 두부와 생선구이 종류인데 처음에는 잘 됐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가을부터 주방장과 종업원들의 인건비도 올라 종업원 수를 줄였더니 급기야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고 한다.

 

 70이 가까운 나이에 하루 종일 종종걸음을 치고 나면 저녁에는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팔다리는 움직이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딸네집 생활비며 은행이자와 외손자손녀의 대학등록금이 만만치 않아서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하소연이다. 요즈음은 점점 무력감에 빠진다고 한다.

 

 환갑까지 남편 덕에 편히 살다가 딸네를 도와준다고 벌인 일이 결국 자신에게 족쇄가 되어 빼도 박도 못한단다. 편히 쉴 나이에 식당을 운영하고부터는 자주하던 산책도 못하고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한단다. 인생 70이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값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 자식사랑에 화를 자초한 것이다. 모생애에 자신의 삶이 저당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딱히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이 없다.

 

 돌아오면서 지금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옛날같이 자유롭게 산책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 하고 함께 커피도 마시며 활발하게 지내는 그런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던 말이 떠오른다. 두 시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서재에 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이 만만치가 않다.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제와 같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들은 현실을 들여다보면 60세 이상의 고용지표는 늘었다고 하나 30, 40대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되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심각하여 서민들의 살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비를 맞은 창밖의 느티나무가 오늘따라 더욱 기품 있고 의젓해보인다.

 

 

 

- 홍사임, 문학시대수필 제6집 2020 '추억의 방에 우리 모두' p.18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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