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2018.02)

2020. 12. 30. 00:0042 송산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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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David Mark from Pixabay

 

 황혼녘 고갯마루에 오르니 하늘가에는 붉은 노을이 몇 갈래로 길게 이어져 나갔다. 문득 기억의 갈피 속에 넣어두었던 수많은 일들이 아물아물 지나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 것을 생각해보는 요즈음 '삶이란 무엇인가?' 자문해본다. 삶이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주어진 가능성을 하나하나 펼침으로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건너다보이는 산을 힘겹게 오르며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그 다음은 바로 정상에 오르고, 기쁨과 숨고르기가 끝나면 내리막길로 천천히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자고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힘을 주면서 걸어가는 길이다. 그러나 산에 오르는 것은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한눈을 판다든가 실수를 하면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든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걸어야 한다.

 

 내 길을 가기 위해서는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방황하게 된다. 목적지를 향해서 마음먹은 대로 한 번에 쭉 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망설이기도 하고 몇 번 도전 끝에 겨우 도착하기도 한다.

 

 사는 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배우고 지성과 감성적 능력을 발달시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은 스스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주변에 생기더라도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자기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다. 남의 눈치나 보고 품평에 신경을 쓴다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가 없다.

 

 내가 사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정수를 알고 진미를 느끼며, 꿈꾸고 노력하는 것이다. 때로는 주위 환경에 얽매여 갈등하며 속으로 삭이다가 한 번쯤 폭발이 되지만 결국은 참고 견디며 상황에 맞춰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기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고 약속을 하면 작은 약속이든 큰 약속이든 반드시 지키며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을 지고 감사하며 가는 것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생활 속에 그 실체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실천하므로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 속에서 이성보다는 때때로 감성에 지배되기 쉽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말고 때에 따라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면 된다. 울고 나면 막힌 가슴이 뚫리고 한없는 경이로움과 희망이 생긴다.

 

 내게 없는 것을 찾아 남과 비교하면서 고통스럽게 지내느니 자신이 가진 것에서 기쁨을 찾고 보람을 느끼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꽃밭에 뿌린 씨앗에서 꽃이 피면 향긋한 냄새가 풍기듯 나의 마지막 길에 남길 향기는 어떤 것인가 곰곰이 생각한다. 날마다 물을 주고 보살피던 나무가 어느 날 꽃을 활짝 피워 올렸을 때 마치 자신이 꽃을 피운 것처럼 가슴이 환해지는 것.

 

 행복은 대체로 만족감에서 오기 때문에 하나는 나 자신이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이다.

 

 장수하며 잘 사는 사람이란 오랜 세월 건성건성 산 사람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며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삶이란? 청명이 지난 봄날 설레는 마음으로 꽃놀이를 갔다 온 뒤에 첫눈이 오는 겨울을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사는 것.

 

 그동안은 마음이 몸을 따랐는데 이제는 몸이 마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음만 앞서간다. 세월의 흐름 속에 모진 풍파와 늪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과의 진한 향기와 사각거리는 맛을 보려면 칼로 깎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듯 인생의 진가도 땀을 흘리는 노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나는 내게 부여된 삶을 잘 살아왔을까?

 

 찬란하던 해가 서산에 기울고 강물은 흘러 아득한 바다로 가는 것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왔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어쩜 그래서 넘어질 때도 죽을힘을 다해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느라 힘을 모았던 것 같다.

 

 희수(喜數)에 문득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갯마루에 올라 행적을 돌아보며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 홍사임, 고갯마루에 올라 p.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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