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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향수
고향은 향수의 샘인가 보다. 아무리 퍼내도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마르지 않으니 말이다. 내 고향은 만경강변의 한 농촌 마을이다. 사방을 휘휘 둘러보아도 산이라고는 십리 밖에 납작 엎드린 야산이 하나 있는데 공동묘지다.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은 만경강 둑이다. 여기에 올라가면 500여 호의 상하 촌이 한눈에 다 보인다. 봄이면 보리밭 밀밭 사이에서 우짖는 종달새 소리, 여름이면 새강(만경강)에서 멱 감으면서 조개도 잡았던 어린 시절이 아른거린다. 가을이면 논둑길을 달리며 참새 쫓다 지쳐 울어버리던 생각도 난다. 겨울이면 앞강(구강)에서 어름지치기도 하며 놀았다. 밀물 썰물이 들던 만경강은 익산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넓은 모래사장이 있었다. 음력 사월 초파일과 단오에는 흰옷 입은 인파가 대보 둑에 줄을 이어 ..
2020.12.16 -
귀여운 병아리들
손자들이 다니는 금성초등학교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운동회 구경을 오라 했는데 다른 약속이 있어 늦었다. 운동회가 벌써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중에 비닐 주머니에 병아리 한 쌍을 들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가 귀여워 엄마를 조른 것 같다. 나는 귀여운 노란 병아리를 유치원 로고로 정했다. 티없이 맑고 귀여운 아이들이 병아리 같아서였다. 등을 다 가린 큰 가방을 메고 차에서 내려 우르르 현관 앞으로 달려와서 "사랑하는 00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등원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귀엽다. 교실로 몰려가 참새 떼처럼 조잘거리며 학습하는 모습도 다 귀엽다. 내가 유치원에 가면 주르르 몰려와서는 "사랑하는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때묻지 않은 밝은 목소리가 정말 사랑스럽다. 이렇게 맑고 순..
2020.12.15 -
진면목(眞面目)
아들 자랑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의 하나라지만 마을 자랑한다고 설마 불출이라고야 하겠는가? 분당에 사는 지기(知己) 한 분이 자기 사는 동네가 천당 바로 아랫마을 분당(分堂)이라며 분당(盆唐)으로 이사 오라는 것이다. 면목동은 면목 없는 사람이 사는 곳인데 면목동에 사느냐며 놀리곤 한다. 그와 흉허물 없는 사이라서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한두 번 듣다보니 은근히 부아가 나서 면목동이 얼마나 살기 좋은 마을인가 자랑 좀 하려 한다. 면목동에 산 지 어언 32년이 되었다. 1969년도부터 살았으니 내가 생각해 봐도 꽤 오래 살았다. 이사 올 때만 해도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살 수 없다는 동(洞)이었는데 무엇이 그리 좋아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행가 가사에 "고향이 따로있나 정들면 고향이지..
2020.12.13 -
1934년생, 봄내 김준태의 삶
삶의 흔적 - 전북 익산 출생 -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중, 고등학교 교직 37년 근무 - '문예사조'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중랑문인협회 고문 - 미리내수필문학회 고문 - 관인 봄내유치원 이사장 수상 - 중랑문학상 - 중랑문화원장상 - 중랑구민대상(봉사상) - 훈장증(동백장) 저서 - 보고 들으며 걸어온 길 - 사막의 해우소 (공저) - 꽃잎에 이는 둥근 바람 (공저)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