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를 보러 산에 오르다 (2020.12)

2020. 12. 25. 04:0493 차차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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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살미면 악어봉에서 본 모습

 

 충주호에서 악어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부푼 기대감을 품고 찾아갔다. 다만 재밌는 것은 산 위에서 악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산 정상에서 보는 악어라니 얼마나 새로운가.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등산이 허락되지 않아 등산로도 없는 그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산을 구비구비 돌아 올라갔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집에만 갇혀있던 우리에게 참 오랜만의 등산이었다. 말을 내뱉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올랐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잘거리던 셋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간간히 괜찮은지 서로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간에 한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져서 '내려갈까?' 물어봤다. 힘들지만 여태까지 올라왔으니 꼭 악어를 봐야겠단다. 나는 훈련병을 교육하는 조교마냥 "힘냅니다. 악!으로 대답합니다. 악!"을 외치며 웃음을 통해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우리는 배에서 소리를 끌어모아 "악!"을 부르짖으며 멈추지 않고 힘차게 산을 올랐다.

 

 정상에 거의 다왔다고 생각될 무렵, 내려오던 중년 부부에게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저희는 힘들어서 정상까지 못가고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꽤 많이 남았나보다고 생각하며 올라가고 있는데, 5분쯤 지나니 정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는 고대하던 악어들이 충주호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SNS에 올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백 장의 셔터를 눌렀고, 나의 인스타그램에는 자랑스럽게 악어들과 함께 있는 나의 모습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중년 부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들도 5분만 더 올라갔으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웠다.

 

 그 중년 부부로 인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취업 과정이 겹쳐보이며, 최종 합격이라는 정상에 도달해야 하는 내가 정상을 5분 남겨두고 포기하는 중년 부부처럼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려는 순간이 성공 바로 직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바로 내 눈앞에서 그 광경을 보게되니 마음에 더 깊숙이 다가왔다.

 

 나의 목표는 2020년까지 취업을 준비하고, 만일 안되면 2021년부터는 다른 일을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2020년, 특히 하반기를 참 열심히 달려왔다. 아침 8시에 기상스터디로 하루를 시작했고, 매일 경제신문 스크랩과 운동을 하고 하루 동안 깨달은 점과 감사한 점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1년간 자기소개서를 130여 개 제출했으며, 면접도 15 회 이상 보았다. 그런데도 안되다면 내가 한국 기업들에서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힘들다 하지만 주변에서 취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어려움 속에서도 될 사람은 되는구나를 느꼈다.

 

 고민이 된다. 지금 내가 취업을 접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이 시점이 '정상에 도착하기 5분 전'일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의 모습이 그 중년 부부처럼 안타까워 보일까? 나는 과연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가장 좋을까?

 

 충주호에서 헤엄치는 악어들을 보기 위해 힘차게 악!을 외치며 악어봉 정상에 올랐던 것처럼 한번 더 전열을 가다듬고 악! 소리를 내야 할 타이밍이지 않을까?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2020년 연말에는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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